월출산(月出山) 관광
남도의 평원에 솟은 영혼: 월출산의 5대 보석, 심층 가이드
서론: 달이 뜨는 산
전라남도 영암과 강진의 드넓은 평야 위, 마치 거대한 수석처럼 홀연히 솟아오른 산이 있다. 바로 월출산(月出山)이다. 그 이름은 '달이 뜨는 산'이라는 뜻으로, 서해에 인접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달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서정적인 유래를 품고 있다. 신라 시대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 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이라 불리며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땅의 사람들에게 경외와 영감의 대상이 되어왔다.
월출산은 '호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의 한 줄기가 남도의 평지에 이르러 빚어낸 화강암 봉우리와 기암괴석의 향연이, 마치 북녘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듯 아름답기 때문이다. 1988년, 우리나라의 스무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그 면적(56.053km2)이 비교적 작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품고 있는 가치는 실로 방대하다. 국립공원 중 세 번째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여러 점의 국보와 보물이 포함되어 있어 자연과 문화유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독보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본 안내서는 단순한 관광지 목록을 넘어, 월출산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핵심적인 여정을 심도 있게 안내하고자 한다. 하늘을 향한 장엄한 등반에서부터 천년 고찰의 깊은 역사, 바위에 새겨진 숭고한 신앙,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은빛 억새의 서정까지, 월출산이 품은 다채로운 매력을 통해 여행자는 단순한 방문객을 넘어 이 산의 영혼과 교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부: 하늘을 향한 등반 - 천황봉과 구름다리 정복
월출산 탐방의 정수는 단연 그 장엄한 능선을 직접 두 발로 오르는 것에 있다. 특히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천황지구에서 출발하여 산의 상징인 구름다리를 건너 최고봉인 천황봉에 이르는 여정은 월출산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경험이다.
화강암과 하늘이 빚은 교향곡: 월출산 등반의 본질
월출산 등반의 성격은 산의 지질학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이 산은 약 1억 년 전 백악기 말에 형성된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단단한 화강암은 깎아지른 절벽과 날카로운 암릉을 만들어냈고, 이는 월출산 등산로가 가파른 계단과 때로는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험준한 구간으로 이루어진 이유다. 하지만 이 험준함은 결코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이 거친 화강암 지형이야말로 수많은 기암괴석과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절경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며, 등반의 어려움은 곧 경이로운 풍광을 마주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된다. 즉, 월출산에서는 등반의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등반의 가장 대중적인 시작점은 천황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천황지구다. 이곳에는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 편의점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국립공원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탐방안내소에서는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 종주 코스를 계획한다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므로 등반 시작 전에 잊지 말고 기념 도장을 남기는 것이 좋다.
허공에 걸린 다리: 구름다리
천황탐방지원센터에서 등산을 시작해 숲길과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월출산의 상징과도 같은 주황색 구름다리가 위용을 드러낸다. 매봉과 사자봉을 잇는 이 현수교는 해발 605m, 지상 120m 높이에 설치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다리로 유명하다. 1978년에 처음 설치되었던 다리는 2006년 현대적인 시설로 교체되었으며 , 길이 52m, 폭 1m의 다리를 건널 때는 30명 이상이 동시에 지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는 경험은 그 자체로 아찔한 스릴과 황홀한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발아래로 펼쳐진 깊은 협곡과 사방을 둘러싼 기암절벽의 파노라마는 월출산이 왜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지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한다. 이곳은 천황봉으로 향하는 여정의 절반 지점이자, 모든 방문객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는 월출산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 사자봉과 통천문
구름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능선 산행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봉우리는 사자봉(獅子峰, 668m)이다.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한 칸의 높이가 높은 계단이 많아 빠르게 고도를 높이는 구간이다. 사자봉은 영암군이 지정한 '월출산 12경' 중 제6경으로, '하늘 문을 지키는 사자의 포효가 우렁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자봉을 지나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길이 이어지며 체력 소모가 커지지만, 그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월출산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천황봉 정상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관문처럼 나타나는 곳이 바로 통천문(通天門)이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이름처럼 거대한 바위틈 사이로 길이 나 있는데, 모든 등산객은 이곳을 통과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좁은 바위틈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마지막 힘을 내기 전 잠시 숨을 고르기에 더없이 좋은 쉼터가 되어준다.
제왕의 정상: 천황봉
통천문을 지나 마지막 100여 미터의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월출산의 최고봉인 천황봉(天皇峰, 809m)에 다다른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막힘없는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발아래로는 영암과 강진의 너른 들판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멀리는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과 남도의 다도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신라 시대부터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 특히 경이로운 일출과 일몰, 그리고 발아래 바다처럼 펼쳐지는 운해(雲海)로 유명하여 많은 사진작가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월출산은 등산객의 체력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2부: 깨달음의 성지 - 천년의 유산, 도갑사
월출산 서쪽 자락에 깊숙이 자리한 도갑사(道岬寺)는 단순한 사찰을 넘어, 월출산이 품은 역사와 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거대한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이 고찰은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산을 통해 방문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대가람의 시작: 역사와 전설
도갑사는 통일신라 말기, 우리나라 풍수지리 사상의 시조로 알려진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사찰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도선이 태어났을 때 숲속에 버려졌으나 비둘기 떼가 날개로 감싸고 먹이를 물어다 주어 길렀고, 이후 문수사 주지에게 맡겨져 출가한 뒤 옛 문수사 터에 도갑사를 세웠다고 한다. 이 신비로운 창건 설화는 도갑사가 예로부터 비범한 기운을 지닌 성지였음을 암시한다.
도갑사의 역사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 왕실과의 깊은 인연을 맺으며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1456년(세조 2), 당대의 고승 신미(信眉)와 도갑사에서 출가한 수미(守眉)가 세조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중창 불사를 일으켜 966칸에 이르는 거대한 사찰로 거듭났다. 특히 수미는 왕사(王師)로서 해인사 대장경 인출과 『월인석보』 간행 등 국가적인 불교 사업을 주도했던 인물로, 그의 활동은 당시 도갑사의 높은 위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도갑사의 역사는 단순히 한 사찰의 연혁을 넘어, 신라 말 풍수사상의 발흥과 조선 초기 왕실의 불교 후원이라는 한국사의 중요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한때 1977년의 큰 화재로 해탈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1981년부터 시작된 복원 불사로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아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건축의 미학과 국보의 향연
도갑사의 가치는 그곳에 자리한 수많은 문화재에서 빛을 발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국보 제50호로 지정된 **해탈문(解脫門)**이다. 사찰의 주불전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관문인 해탈문은 모든 번뇌를 벗어버린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1473년(성종 4)에 건립된 이 건물은 발견된 상량문을 통해 정확한 건축 연대가 확인되었으며, 현존하는 사찰 산문(山門) 건축 중 매우 희귀한 국보급 문화재다. 화려한 단청이나 장식 없이 목재의 담백한 멋을 그대로 살린 주심포 양식의 맞배지붕 건물로, 소박하면서도 장중한 아름다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해탈문 외에도 도갑사 경내에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석조여래좌상(보물 제89호): 미륵전에 봉안된 고려 시대의 석불로, 도드라진 눈과 넓적한 코, 두터운 입술 등에서 강건하고 힘 있는 당대의 조형미를 엿볼 수 있다.
도선·수미비(보물): 창건주인 도선국사와 중창주인 수미대사의 행적을 하나의 비석에 함께 새긴 독특한 형태의 비로, 도갑사의 깊은 역사적 맥을 상징한다.
오층석탑(보물): 대웅보전 앞에 자리한 고려 초기의 석탑으로, 단정하고 안정감 있는 조형미를 자랑한다.
순례자의 길: 템플스테이와 산행
도갑사는 월출산의 서쪽 능선을 오르는 주요 들머리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드넓은 미왕재 억새밭을 지나 구정봉으로 이어져, 천황봉 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더 깊은 체험을 원한다면 도갑사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해볼 것을 추천한다. 도갑사 템플스테이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체험형과, 식사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만끽하는 휴식형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월출산의 품에 안겨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보내는 하룻밤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선물할 것이다.
3부: 절제의 미학 - 무위사의 고졸한 품격
월출산 남쪽, 강진 땅에 자리한 무위사(無爲寺)는 화려함보다는 고졸(古拙)한 아름다움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사찰이다. '살아 숨 쉬는 박물관' , '보물 창고' 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이곳은 국보급 건축과 불화를 통해 조선 초기 불교 예술의 정수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한때는 23동의 전각과 35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으며 ,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위해 수륙재(水陸齋)를 지내던 국가 공인 사찰(
수륙사)이기도 했다.
조선 건축의 정수: 극락보전 (국보 제13호)
무위사 탐방의 핵심은 단연 **극락보전(極樂寶殿)**에 있다. 1430년(세종 12)에 건립된 이 불전은 조선 초기의 건축 양식을 가장 순수하게 간직한 대표적인 목조 건물로, 1962년 일찌감치 국보 제13호로 지정되었다. 극락보전은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간결한 맞배지붕과 기둥 위에만 공포를 얹은 주심포 양식으로 지어져, 절제미와 단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소박하면서도 완벽한 비례와 구조는 시대를 초월한 건축적 감동을 선사하며, 무위사가 추구하는 '인위적인 행위가 없는(無爲)' 경지를 건축으로 구현한 듯하다.
역사가 숨 쉬는 예술: 국보 속의 국보들
무위사의 진정한 가치는 국보 건물 안에 또 다른 국보와 보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극락보전의 본존불 뒷벽을 장식하고 있는 이 벽화는 법당 건물과 함께 국보로 지정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1476년(성종 8)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우아하고 세련된 고려 불화의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조선 초기의 새로운 화풍이 가미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백의관음도(보물): 후불벽 뒷면에 그려진 백의관음도는 물결치듯 유려한 옷자락 표현이 압권인 작품으로, 역시 고려 불화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는 조선 초기 불화의 수작이다. 이 그림에는 한 노승이 49일간 그림을 완성하고 마지막에 파랑새가 날아와 관음보살의 눈동자를 찍고 날아갔다는 신비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선각대사탑비(보물): 극락보전 옆에 자리한 이 비석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걸쳐 무위사를 중창하고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킨 선각대사 형미(逈微)를 기리기 위해 946년에 세워졌다. 사실적이고 섬세한 조각 수법이 돋보이는 고려 초기 탑비의 대표작으로, 무위사의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귀중한 사료다.
이처럼 무위사는 15세기라는 특정 시기의 건축과 미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보존된,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조선 왕조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시기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후원을 받는 수륙사로 지정되었기에 이처럼 수준 높은 예술품들이 탄생하고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무위사를 방문하는 것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에 피어난 불교 예술의 정수를 만나는 시간이자, 소박함 속에 깃든 지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4부: 바람 속의 속삭임 - 구정봉과 마애불의 신비
월출산의 능선은 험준한 바위 봉우리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전설과 숭고한 신앙의 자취를 품고 있다. 특히 산의 중심부에 위치한 구정봉과 그 아래 절벽에 새겨진 거대한 마애불은 자연의 경이와 인간의 믿음이 만나 빚어낸 가장 극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아홉 개의 우물이 있는 봉우리: 구정봉
월출산의 실질적인 제2봉인 구정봉(九井峰, 705m)은 그 이름처럼 정상 부근의 평평한 바위 위에 아홉 개의 우물(웅덩이)이 파여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이 신비로운 웅덩이들은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졌다. 주능선에서 구정봉으로 가려면 상당한 오르내림을 감수해야 하기에 많은 등산객이 지나치기 쉽지만 ,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중심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는 그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장관이다. 월출산 12경 중 제7경으로 지정된 이곳은 '하늘의 기운을 담은 아홉 샘을 동석(動石)이 지킨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절벽에 새긴 영원의 미소: 마애여래좌상 (국보 제144호)
구정봉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약 500m 떨어진 벼랑 끝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길과 같다. 그 길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磨崖如來坐像)**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숭고함 그 자체다. 높이 8.6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불상은 수직의 화강암 절벽을 파고 들어가 고부조(高浮彫)로 새겨져, 마치 바위 속에서 솟아나는 듯한 입체감과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국보 제144호로 지정된 이 마애불은 해발 600m가 넘는 높이에 위치하여 우리나라 국보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신체 비례가 다소 불균형하지만 당당한 어깨와 풍만한 가슴, 근엄하면서도 자비로운 얼굴 표정에서 당대 거석불(巨石佛) 양식의 특징과 함께 장중한 위엄이 느껴진다.
이 마애불이 험준한 산 정상 부근, 특히 서해를 향해 조성된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 영암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로 향하는 해상 교역의 중요한 출발지였다. 이처럼 높은 곳에 거대한 불상을 조성한 것은, 험난한 바닷길을 떠나는 뱃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영적인 등대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해를 굽어보는 부처의 모습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이 지역의 해양 활동과 민중의 신앙이 결합된 강력한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불상 주변에서 1007년에 제작된 '용암사(龍嵒寺)' 명문 기와가 발견된 것은, 과거 이곳에 이 성스러운 불상을 모시는 큰 사찰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5부: 가을의 은빛 바다 - 미왕재 억새밭의 서정
월출산이 웅장하고 남성적인 바위 봉우리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의 능선에는 거친 암릉과 대조를 이루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공간이 숨어 있다. 천황봉과 도갑사를 잇는 능선에 드넓게 펼쳐진 미왕재(未旺재) 억새밭이 바로 그곳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 미왕재의 아름다움
미왕재 억새밭은 월출산 12경 중 제9경으로 '갈대꽃 은빛 물결이 미왕재에 흩날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가을이 깊어지면 억새가 온통 은빛과 금빛으로 물들어, 바람이 불 때마다 거대한 물결처럼 일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 아름다운 억새 군락이 과거 산불로 인해 숲이 사라진 자리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 자연의 파괴와 재생이 빚어낸 경이로운 풍경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사색의 능선길: 여유로운 산행
미왕재를 지나는 등산로는 천황봉이나 구정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과는 달리, 비교적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결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월출산의 대표적인 종주 코스인 천황사-도갑사 구간의 중요한 길목으로 , 많은 등산객이 험준한 봉우리를 넘은 뒤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리고 숨을 고르며 탁 트인 풍광을 만끽한다.
월출산 등반이 마치 한 편의 교향곡과 같다면, 험준한 바위 봉우리를 오르는 과정이 긴장과 상승의 클라이맥스라면, 미왕재 억새밭에 이르는 것은 편안하고 서정적인 안단테(Andante) 악장과 같다. 거칠고 강렬한 바위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숨 가쁘게 올라온 뒤, 부드러운 억새의 바다를 마주하는 순간 등산객은 비로소 긴장을 풀고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이처럼 미왕재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월출산 종주라는 긴 여정 속에서 완급을 조절하고 감성의 대비를 이루는 리드미컬한 심장부 역할을 한다. 억센 바위와 부드러운 억새의 조화, 이것이야말로 월출산이 지닌 다채로운 매력의 본질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에필로그: 월출산 여행자를 위한 동반자 안내서
월출산의 다섯 보석을 탐험하는 여정은 산을 내려온 후에도 이어진다. 영암과 강진의 풍요로운 땅이 빚어낸 미식과 편안한 휴식처는 월출산 여행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남도의 맛: 영암과 강진의 미식 기행
월출산을 감싸고 있는 영암의 너른 평야와 강진의 풍요로운 바다는 독특하고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을 탄생시켰다. 산행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줄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한다.
영암의 맛:
갈낙탕: 영암의 대표 향토 음식. 평야에서 자란 소의 갈비와 인근 갯벌에서 잡은 세발낙지를 함께 끓여낸 보양식이다.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이 일품으로, 등산 후 피로를 풀기에 최고의 메뉴다. '독천식당'을 비롯한 독천 낙지거리의 식당들이 유명하다.
영암 한우: 품질 좋은 영암의 한우를 맛볼 수 있는 '한우명품관' 등 정육식당도 좋은 선택이다.
강진의 맛:
한정식: 강진은 예로부터 유배 온 선비들에 의해 궁중 음식 문화가 전해져 남도 한정식의 본고장으로 이름 높다. '해태식당', '청자골종가집', '예향' 등 유서 깊은 한정식집에서 상다리가 휘어지는 남도의 인심을 경험할 수 있다.
병영 불고기: 조선 시대 전라병영성이 있던 병영면의 독특한 음식.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에 재워 연탄불에 구워내 진한 불향이 특징이다.
짱뚱어탕: 강진만 갯벌에서 나는 짱뚱어를 통째로 갈아 된장과 시래기를 넣고 걸쭉하게 끓여낸 구수한 별미다.
편안한 쉼터: 여행자를 위한 숙소
월출산 주변에는 펜션, 한옥 스테이, 호텔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어 여행자의 취향과 예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독특한 경험:
한옥 호텔/스테이: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영산재 한옥호텔'이나 '남향재 한옥체험'을 추천한다.
글램핑/펜션: 자연과 더 가까이 머물고 싶다면 '영암 락온 글램핑'이나 '펜션 비바체' 같은 숙소도 좋은 선택이다.
템플스테이: '도갑사 템플스테이'는 숙박과 문화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택지다.
현대적인 편의: 더 넓은 선택의 폭과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원한다면 인근 목포나 강진 시내의 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호텔현대 바이 라한 목포'나 '강진 더원 비즈니스 호텔'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시의적절한 정보와 마지막 한마디
월출산은 그저 오르는 산이 아니다. 그곳은 화강암으로 쓰인 장대한 서사시이며, 바위에 새겨진 역사의 기록이고, 걸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수행의 길이다. 천황봉의 장엄함, 도갑사의 깊이, 무위사의 품격, 마애불의 숭고함, 그리고 미왕재의 서정. 이 다섯 가지 보석을 통해 월출산의 진정한 영혼을 만나보는 여정은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국보 제13호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 (Geungnakbojeon Hall at Muwisa Temple, Gangjin)
무위사
조선 초기 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목조 건물
국보 제50호
영암 도갑사 해탈문 (Haetalmun Gate of Dogapsa Temple, Yeongam)
도갑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 산문 중 하나로, 국보로 지정된 희귀한 사례
국보 제144호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Rock-carved Seated Buddha in Wolchulsan)
구정봉 인근
해발 600m 이상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국보
국보
무위사 극락전 아미타여래삼존벽화 (Amitabha Triad Murals in Geungnakbojeon Hall)
무위사
국보 건물 내부에 그려진 또 다른 국보급 벽화
보물 제89호
영암 도갑사 석조여래좌상 (Stone Seated Buddha at Dogapsa Temple)
도갑사
고려 시대의 힘 있고 장대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석불
보물 제507호
강진 무위사 선각대사탑비 (Stele for Monk Seon-gak at Muwisa Temple)
무위사
고려 초기의 뛰어난 조각 수법을 보여주는 고승의 탑비
보물
영암 도갑사 도선·수미선사비 (Stele for Monks Doseon and Sumi at Dogapsa)
도갑사
창건주와 중창주를 하나의 비에 함께 모신 독특한 형태의 비석
보물
무위사 극락보전 백의관음도 (White-robed Avalokiteshvara Mural at Muwisa)
무위사
고려 불화의 영향이 짙게 남은 조선 초기 불화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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